전북자치도, 군산시민문화회관 도내 제1호 우수건축자산 등록

김중업 건축가 유작…지역 정체성과 시민 기억 담은 문화공간

최준규 기자 [email protected]
2025. 08. 22(금) 14:08
전북자치도, 군산시민문화회관 도내 제1호 우수건축자산 등록
[시사토픽뉴스]전북특별자치도는 군산시민문화회관을 도내 제1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등록은 8월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우수건축자산은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역사·경관·예술·사회문화적 가치가 높은 건축물을 등록·관리하는 제도다. 군산시민문화회관은 그 상징성과 건축적 가치가 인정돼 첫 등록의 영예를 안았다.

군산시민문화회관은 대한민국 현대건축 1세대 김중업 건축가의 유작으로, 1989년 개관 이후 군산 문화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전통 건축의 곡선미와 노출 콘크리트, 기하학적 유리매스를 조화시킨 독창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지붕은 해양도시 군산을 상징하는 배(船) 모양으로 설계돼 지역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담았다.

건물 전면 광장에 설치된 환경조각 ‘해조음’(백문기 作)도 눈길을 끈다. 바다와 파도, 떠오르는 해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며 공간적 의미를 더한다.

군산시민문화회관은 1980년대 정부의 지역 문화시설 확충 정책 속에서 건립됐다. 대도시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를 지방으로 확산하기 위한 정책이었으며, 건립 과정에는 지역 예술인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시민이 세운 문화공간’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개관 이후에는 회관은 월드컵 거리응원, 대통령 분향소, 촛불집회, 전시회, 졸업식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 공간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의 기억을 간직해왔다.

그러나 2013년 군산예술의전당 개관 이후 주요 기능이 이전되면서 회관은 폐관됐고, 유지관리 비용 부담으로 철거 논의까지 제기됐다. 전환점은 2019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인정사업 선정이었다. 이 사업은 운영자와 설계자가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 전국 최초의 민관협력(PPP)형 도시재생 모델로 추진돼 주목을 받았다.

리모델링은 2023년 1월 착공해 2024년 10월 준공됐으며, 같은 해 12월 재개관했다. 이번 재생사업에서는 생활예술 중심의 문화거점 조성, 지역 예술가·소상공인 연계, 보행약자 접근성 강화, 친환경 설계가 반영돼 회관은 열린 문화플랫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번 등록이 단순한 건축물 보존을 넘어, 지역 정체성과 시민 삶의 흔적을 지켜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형우 건설교통국장은 “군산시민문화회관의 가치는 건물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했던 시민들의 기억과 지역 문화의 흐름 속에 있다”며 “앞으로도 전북의 건축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하여 지역문화 진흥과 도시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준규 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시사토픽뉴스 홈페이지(sisatopic.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sisatopic.com/article.php?aid=165352256808
프린트 시간 : 2025년 08월 23일 03: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