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관을 지킨 7의사와 구례 민중의 역사 『살아남아야 한다』 |
‘석주관을 지킨 7의사와 구례 민중의 역사’라는 부제를 붙인 이 작품은 정유재란 시 섬진강 외길에 자리했던 구례 석주관성에서 노도같이 밀려드는 왜군과 모두 5차례에 걸쳐 맞서 싸운 구례사람들의 위대한 항일 역사를 다룬다.
이 항거로 왕득인, 이정익, 양응록, 한호성, 고정철, 오종 등 6명의 의병장은 물론 구례 현민 3,500여 명과 화엄사 의승병 153명까지 모두 전사했다.
왕득인의 아들인 왕의성 의병장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가 병자호란 때 기어이 다시 몸을 던져 의병군을 이끌었다.
임진 · 정유 양란을 통틀어 조선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전 현민이 똘똘 뭉쳐 왜적에 맞선 처절했던 이 역사는 그러나 불행하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잊히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구례문화원이 전라남도와 구례군의 후원을 받아 지난 9월 말 관련 내용을 다룬 책 『다시 쓰는 구례 석주관전투』(정동묵 · 문수현 지음)를 300쪽에 걸쳐 발간해 불씨를 되살려냈고, 더불어 이번에 연극 작품으로도 막을 올리는 것이다.
위기 때마다 들풀처럼, 들꽃처럼, 우리에게서 일어서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구례 극단 '마을'의 리더 이상직(57세) 씨는 2010년에 구례로 귀농해 현재 구례읍 계산리에 작은 생태 마을을 가꾸고 있다.
한편으로는 2013년에 극단을 창단한 후 연극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해마다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어 문화생활에 목마른 전남 동부에서 큰 오아시스가 돼주고 있다.
이번 열다섯 번째 정기 공연도 마찬가지이지만, 지금껏 올린 많은 작품 또한 프로 연극 배우 별반 없이 구례와 순천의 일반인들을 배우로 연마해 무대에 올려왔다.
웬만한 연출 역량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실험의 여정인 것이다.
국립극단 배우 출신인 그는 국내 연극인으로는 드물게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2000년)과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2004년) 등을 모두 받은 정통 연기파 배우다.
2000년에는 백상예술대상도 받았다.
이번 작품 『살아남아야 한다』의 원작자인 이성아 씨 역시 구례에 살면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는 중견 소설가로, 지난 2021년에는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로 제주4 · 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연극은 제가 그동안 꿈꿔왔던 구례의 역사를 처음으로 다루는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호남 땅은 민중의 땅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불의에는 온몸으로 늘 저항해 왔으니까요. 이 땅과 자신을 지켜낸 구례 백성들의 시선으로 이번 작품을 다루려는 이유입니다.” 이상직 연출의 변이다.
임금도 관리들도 대부분 도망간 그 자리에서 어떻게 7의사와 구례 현민들은 하나가 되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수 있었을까? 백성들의 몸과 마음속에서 위기 때마다 들풀처럼 들꽃처럼 끊임없이 일어서는 이것은 무엇일까? 현대를 사는 우리는 과연 ‘이것’을 지니고 살아가는지 연극 『살아남아야 한다』는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져주는 작품이 될 듯하다.